지난 여름
회사에서 점심시간이면 차에 가서 쉬곤 했는데
유독 자주 보이던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.
삼색인걸로 보아 여자 아이 같았고
그 아이는 지금 바로 내 앞에서 숨을 멎어도
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앙상했다.
물을 한 번 챙겨줬다.
먹었는지는 모르겠다.
편의점에 갔을 때 삼색이 생각이 나서
3개들이 츄르를 샀고 가슴 속에 품고 다녔다.
그리고 까망이는 한참을 보이지 않았다.
가슴 속에 품고 다니던 추르 3개 중
2개는 다른 고양이에게 주고
하나는 혹시 모를 까망이를 위해
가지고 다녔었는데 이 후로도 한참을 까망이는
모습을 보이지 않았다.
사실 마음속으론 나도 모르게,
그리고 내 마음대로
까망이를 추모하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.
그러던 지금 겨울,
까망이를 봤다.
조금 떨어진 영역에서였다.
내 마음대로 이름 붙인 망고라는 녀석과
살림도 차린 거 같았다(개인적인 의견)
꼭 부부처럼 꼭 붙어있었는데
(나중에 보니 그냥 망고는 여기저기 친화력이 좋은 아이)
그런데 내 마음이 어땠냐면
그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던 아이가
그 여름을 견뎌주어 고맙고
또 이 겨울을 버티는 중이라는 게
참..
털을 잔뜩 찌운채로
서로의 온기에
혹은 지푸라기에 본인의 온기를 저장하며
오늘도 열심히 버텨낸다.
계속 눈에 보이고 마음이 쓰여
처음으로 삶은 달걀을 가져다 준 날.
까망이도 망고도 잘 먹어 그릇이 깨끗해 기분이 좋았다.
그리고 최측근 중 냥이집사인 히코에게
사료 등 조금 얻어서 챙겨주기
너무 착한 망고
까망이는 안보였고 다른 고양이가 와서 허겁지겁 밥을 먹는데
뺏어 먹지 않고
저 아이가 다 먹고 나서 남은 걸 먹던 망고
그리고 토요일 근무이던 저번 주
택배 박스에 불현 듯 길고양이 집을 만들어야지! 하고
의식의 흐름대로 비닐을 붙이고
나름 보온조치를 해서 길고양이 집을 만들었다.
물론 아무도 들어가진 않는다.
유독 달이 아름다웠던 그 날
타워에는 달이 걸려 낭만적이었고
또 그 날 대구 집에 가는 길
그 달도 아름다워
우리는 모두 같은 달을 보고 있구나.
왜인지 위로가 됐다.
그리고 엊그제
길고양이 사료를 주문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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